보기 좋고 쓰임새 있는 우리 공예, 아파트에도 어울리죠
"우리 생활이 아파트 위주인데다 벽이 별로 없어 TV나 가구 말고는 장식이 쉽지 않아요. 그래서 아주 구체적인 걸, 이런 걸 가져다 놓으면 달라
보이는 걸 제안하면 좋겠다 싶었어요. 우리나라 공예가 이렇구나 할 수 있게.” ‘이도 아뜰리에’를 새로 시작한 도예가 이윤신(59) 이도 회장의 말이다.
‘이도 아뜰리에’는 이도의 핵심사업인 수공예 도자기와 별도로 국내 공예작가들 작품을 선보이는 브랜드다.
갤러리가 아니라 백화점을 통해 공예작품을 유통하는 새로운 시도다.
참여작가는 도자공예·금속공예·목공예 등을 아울러 현재 약 30명. 백화점 유통 규모에 맞출 수 있게 장차 50명까지 늘려갈 계획이다.
상품 구성은 작가들 작품 가운데 고르는 큐레이션 방식, 작가와 협업해 이도 아뜰리에만의 차별화된 작품을 만드는 방식을 병행할 참이다.
도예가 이윤신 이도 회장
새 브랜드 '이도 아뜰리에'로
공예작가들 작품 백화점 유통
매장을 살짝 둘러보니 백자로 몸체를 빚고 다리를 붙인 소반을 비롯해 전통과 현대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어우러지는 작품들, 또 요즘 감각으로
장식적 재미를 한껏 추구한 작품들이 다양하게 눈에 띈다. 이 회장은 "이도 아뜰리에는 공예와 예술의 접점"이라며 "파인아트(순수미술)의 자유로움,
공예의 실용성, 나아가 한국적 표현이 기본 아이덴티티"라고 설명했다.
"쓰임새 좋은 물건이자 보기 좋은 장식이죠. 파인아트에 접근하기 어려운 분들도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그는 특히 “공예 전반에서 작가들한테 장을 마련하고 싶었다"며, "백화점이라는 상업적 공간에서 얼마나 통할지 미지수인데 그 미지수의 시장을 '이도'를
만들어 키워왔다”고 그간의 경험을 강조했다. 홍익대 미대를 나와 일본 유학을 다녀온 그는 갤러리를 통해 활동하다 직접 매장을 내고, 브랜드를 만들고,
백화점으로 유통을 넓히며 지금같은 기업으로 이도를 이끌어왔다.
이런 길을 택한 이유를 “(도예작품을) 특정 계층이 아니라 되도록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었으면 해서” 라고 했다.
“지금 이도 아뜰리에를 런칭한 이유도 그래요. 저 같은 작가가 많은데 유통을 몰라서 혼자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서툴렀던 사람이라 그런 작가들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현재 이도는 서울 가회동 본점과 경기도 여주 세라믹 스튜디오점 등 두 곳의
직영점, 그리고 전국 백화점 10여곳에 매장을 운영한다. 이도 아뜰리에는 가회동 본점과 현대백화점 목동점·판교점에 선보이기 시작했다.
디자인 전반을 직접 맡고 있는 그는 직원들에게 '회장님' 보다 '선생님'이라 불린다.
"처음부터 너무 떨려서 지금도 매장에는 잘 안 가요. 손님들이 제 도자기를 들어보고 만져보는 게 부끄럽고 민망해요. 자식이 밖에 나와서 사회생활
잘할까 하는 마음 같은 거죠. 나한테는 최고이고 정성을 다해 힘들여 만든 것이지만. 다른 경로로 반응을 듣고 디자인에 참고해요."
그는 아버지에 이어 가업인 원신더블유몰의 회장도 맡고 있다. 두 회사 중에도 이도는 흔히 '문화기업'으로 불린다. 그는 남다른 고민도 들려줬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곳인데 문화기업이라고 하면 장사가 안 되도 되는 것처럼, 굳이 돈을 안 벌어도 되는 것처럼 알려져 버려요.
이윤으로, 번 돈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고 싶어요."
[중앙일보] 2017.10.31